하늘이 가을도 아닌 게 지독히도 높고도 파래서 기분마저 좋아지는 그런 날이었다.
살결이 타내리는 더움에도 불구하고 광합성 겸 1년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를 보러 이렇게 오랜만에 나섰다.
수원역에서 만나 친구의 사랑스런 붕붕이를 타고 화홍문 공영 주차장을 이용했다.
미리 검색해둔 '이리' 라는 이탈리아 음식 전문점을 찾았다.
뇨끼 맛집이라는 인스타 글에 또 혹한 건 당연지사였다.
우린 뇨끼 (15,000원), 해산물 아라비아따 (13,900원), 음료 이렇게 시켰는데,
뇨끼는 아주 부드럽고 크림 맛이 좋아서 이것만 먹으러 또 여기 올래라고 물으면 난 당연히 오겠다고 할 거 같다!
해산물 아라비아따는 내 취향이 아니라서... 그저 그럭저럭 먹은 느낌?
전체적으로 음식도 깔끔하고, 공간이 전체적인 화이트 분위기라 깔끔하고 아기자기해 좋았지만 오늘따라 되게 무더웠던 날씨 탓인지 에어컨을 좀 덜 트는 상황인 건지 생각보다 후덥지근한 느낌에 음식을 얼른 먹고 카페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.
치즈케이크 맛이 일품인데 블로그나 인스타 사진을 보니 디저트는 주기적으로 바뀌는 듯하다.
큰 통창으로 화성동일치(화성의 부속시설)가 들어와서 풍경을 다한 느낌? 사진을 찍기엔 완벽한 구성이었다.
카페 안의 인테리어도 어딜 찍어도 프레임이 나오는 상황이라 찍는 맛이 있는 공간이었다. 하지만 카페 규칙 중 과도한 카메라 셔터 소리는 자제 부탁드린다는 글귀를 봐서 소소하게 몇 장만...
밥과 카페를 모조리 해치우고 나니 슬슬 배가 넘칠 듯 차올라서 슬슬 걸어보기로 했다.
수원화성동암문을 지나 성벽을 따라 천천히 오르락내리락하니 들어선 곳은 용연(연못)이 한눈에 보이는 공원에 들어섰다.
이미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이 그득했다. 뜨겁지만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여길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듯 했다.
우린 아쉽게도 준비성이 부족해서 벤치의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.
나뭇잎이 푸스스 부서지는 소리 하며 유독 많았던 새들, 그리고 햇볕이 연못을 그득 메우자 여유라는 단어가 절로 떠올랐다.
유독 바빴던 6월과 7월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간신히 숨을 쉴 수 있었던 건 이러한 여유를 즐겼던 순간 때문이라 생각했는데.
또다시 이렇게 삶을 버틸 추억을 담아가니 한동안은 이걸 계기로 살아갈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.
가을에 다시 보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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